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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놀기/└Ð 조각글

8주차

혜주💕 2016. 3. 29. 23:27
쪼로록-.
병을 기울이자 달콤한 주향이 퍼지고 손에 든 술잔 안에는 하얀 달이 뜬다.
"하..."
습관과도 같이 나오는 한숨 한 점에 달을 한모금 삼키고,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에 입 안이 쓰다.
동그란 이마 아래에 걸린 눈이, 석류알처럼 붉은 입술이, 웃을 때면 호를 그려 방금 제가 삼킨 달마냥 어여쁜 사람이었다.
'청아-'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 다시 빈 잔을 채운다.
'또 술 마시니?'
'술이라니, 나는 달을 마시는 거라오'
실없는 소리에 웃으며 잔을 나누던 일은 이제 까마득한 과거로 흘러간 지 오래다.
'너와 이러는 것도 마지막이네'
'마지막은 무슨. 내, 누이 시집가면 거기까지 쫒아갈 것이오.'
농담으로 받았던 누이의 말이 정말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그 밤,
붉은 너울을 쓰고 등을 밝힌 누이는 쫒아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버렸다.
"누이, 누이 있는 곳에도 이 달이 뜨오?"
마지막 남은 술을 탈탈 털어 만든 잔 가득, 누이를 닮은 달이 찰랑인다.
"떴으면 좋겠소. 내 누이와 나눈 달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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