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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놀기/└Ð 조각글

5주차

혜주💕 2016. 3. 29. 23:19
물방울이 떨어졌다. 곱게 갈린 모래 위로 떨어진 물방울이 동그란 원을 그린다.
소이는 어깨를 감싼 모포를 끌어당기며 몸을 웅크렸다.

"춥다..."

타는 듯한 열기로 뜨거운 낮과 달리 해가 진 사막의 밤은 예상보다 더 추웠다. 거기다 비까지 쏟아질 모양이라 소이는 부족의 영역 밖으로 나온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 뿐, 당장은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추위를 피하고자, 저를 따라나온 홍랑의 털을 파고든 소이는 저 멀리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그안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소네아의 별이 뜨는 밤, 기름먹인 심지는 노랗게 타들어가고 사람들은 우기의 시작을 축복하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언젠가의 소이도 그 안에 있었다.

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밤하늘에서 왕좌를 차지한 소네아가 고고히 빛나는 밤이었다. 그 밤의 소이는 우기의 시작을 축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껏 들떠있었다.

유모 마타라의 손을 잡고 몰래 빠져나와 처음으로 축제의 거리를 걸었다.

숨소리까지 죽이고 살던 궁 안과 달리 바깥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한데 어울려 춤을 추며 웃는 이들이 신기해서 소이도 따라서 소리내어 웃었었다.
어렸던 소이 저에게는 그 거리의 모든 것이 신기한 것 투성이라 절로 신이 났었더랬다.

"홍랑, 마타라는 알았을까?"
"컹!"
"알았겠지?"

그 밤을 떠올리면 눈물부터 쏟아졌다.
소이의 세상이 뒤집히는 일이 그 밤에 일어났었다.
마타라와 몰래 빠져나온 궁으로 소이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사막으로 나가볼래요?'

소근거리는 마타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은 훨씬 아름다워요. 그래서 소이님께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 말에 홀려 나간 사막에서 소이는 마타라에게 납치당했다. 사흘을 꼬박 울고, 곁을 지키던 마타라에게 악을 지르다 탈진하고 나서야 소이는 제가 있던 천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움직일 힘이 없었던 탓에 마타라의 부족 전사의 등에 업혀 도시까지 갔지만 소이는 도시 안으로 들어가지 못 했다.

아니, 들어갈 수 없었다.

사막과 도시를 경계짓는 성문 위로 눈을 부릅뜬 채 효시당한 왕과 왕비의 얼굴이 소이를 막았다.
아비의 얼굴로 웃던 왕이, 어미의 품으로 안아주던 왕비가-.

사막의 하늘을 태우던 석양은 그 순간에 소이의 마음까지 태웠다.

"돌아가자"

소이는 홍랑의 등에 올라탔다.
어느새 쏟아지기 시작한 비 속에서 소이의 눈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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