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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 함께

혜주💕 2016. 3. 29. 23:40
바닥에 흐드러진 연분홍 꽃물이, 막 해를 집어삼키기 시작한 하늘까지 옮겨 물든 날이었다.
낮게 내린 구름이 평소와 다른 빛으로 물든 것이 예뻐서 한참을 올려다봤었더랬다.
"선배"
"응"
재하의 옅은 갈색머리가 바람에 날리고 그 위로 꽃잎 한 장이 떨어져내렸다. 떼어내줄까 했지만 재하에게 그 연분홍 꽃잎 하나가 잘 어울리는것도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한 학년 후배였던 재하를 만난 건 도서부원으로 활동할때였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이 걸리적거려 슬금슬금 짜증이 이는 참이었다. 이깟 머리 확 잘라버릴까-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을때 재하가 머리끈을 내민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머리, 묶고싶어하실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재하의 얼굴이 남자아이치고는 참 예쁘단 생각을 했었지.

"전학. 가신다면서요"
"응"
"..왜요?"
"집안일"
갑작스럽게 온 가족이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결정된 전학이었다. 새학년이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벚꽃이 비처럼 내리는 봄이었다.
"연락하실거죠?"
"..."
"하세요"
그 나이 또래의 애들같지않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던 재하가, 늘 웃는 상이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채 하는 말이 고작 연락하라는 것이어서 그때의 나는 대답대신 웃었더랬다.


들고있던 커피를 내려놓고 그날과 같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리는 온통 만개한 벚꽃으로 가득차있었다.
"선배"
"왔어?"
이제 사내아이란 소리가 어울리지 않는 어른이 되었지만 웃는 얼굴은 그대로인 재하가 맞은 편에 앉았다.
내려놓은 커피를 들고가 내 입술이 닿았던 흔적을 찾는 것을 보자니 새삼 얼굴이 홧하게 달아올랐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낯뜨거운 일을 하는 재하를 처음보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선배"
"응"
"우리, "
얘가 이번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재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같이 살래요?"
"..."
"결혼해줘요"
"응"
"잘해줄게요. 선배가 좋아하는 거 안 말리..네?"
잔뜩 긴장해서 횡설수설하는 재하가 귀여워서 또 웃음이 나왔다.
"하자, 결혼. 너랑 나랑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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