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놀기

글쓰기 스터디 1회차 - 하고 스터디 없어짐;ㅅ; 본문

♥ 혼자놀기/└Ð 조각글

글쓰기 스터디 1회차 - 하고 스터디 없어짐;ㅅ;

혜주💕 2015. 11. 12. 20:36

 “이것아언제까지 그러고 살겨!”

 걱정으로 하는 소리임을 알아도 소영은 귀를 틀어막았다해가 바뀌고 한 번의 계절이 더 지나 여름이 되었지만 소영은 아직도 그날의 일이 생생했다.

 노래가사처럼 흩날리던 벚꽃아래에 서서 소영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됐던 날차가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소영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고 말았다프로포즈 때 받았던 장미들은 짓이겨지고 그의 머리에선 계속해서 피가 흘렀다.

  ‘그만그만 말해도하씨피가 자꾸 나잖아.’

  ‘울지마괜찮아소영아.’

 간신히 들어 올려 눈물을 닦아주던 도하의 손을 기억한다이제는 영영 잡을 수 없게 된 그 손이 점차 식어가던 순간 또 한.

  “제발 정신 좀 차려이것아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이 아니여!”

  “시끄러워나 좀 가만히 두라고대체 왜 그래!? 다 필요 없어죽고 싶단 말이야도하씨가 없는데 어떻게 살라고!”

  “소영아!”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 소영은 집을 뛰쳐나왔다.

 해가 지기 시작한 저녁 무렵무작정 뛰쳐나오긴 했지만 소영은 딱히 갈 곳이 없었다그렇게 뛰쳐나온 뒤 금방 돌아가기 싫은 마음에 정처 없이 걷던 소영의 눈에 작은 초등학교가 들어온 것은 당연했다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마련된 학교 한 켠의 놀이터에 앉아 소영은 멍하니 운동장을 바라봤다해가지며 잠시 주춤한 더위를 틈타 운동을 나온 가족들이 보였다다정해 보이는 부부와 그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아이……소영은 또다시 떠오르는 도하와의 기억에 눈을 감았다.

 우리가 결혼하면 아이는 둘을 낳자고 돌아오는 길에 말했었다혼자는 외로울지도 몰라아들하나와 딸 하나만 낳자고…….

  “우리도 저럴 수 있었을까……?”

 왈칵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에 소영은 엎드려 얼굴을 무릎에 파묻어버렸다.

 사람들의 말소리도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소리도 듣기 싫어서 소영은 귀까지 틀어막았다.

  “시끄러워.

 도하를 잃은 뒤로 차갑게 느껴지는 세상에는 자신의 편이 없는 것 같아마음껏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던 소영은 그 모든 것이 듣기 싫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소영은 문득주변이 너무 조용하단 것을 깨달았다귀를 틀어막아도 들려오는 소리들이 완전하게 차단되는 것은 아닌데소영은 그 이질감에 고개를 들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사람들은 돌아가고 없는 텅 빈 운동장은 그렇다 해도 여름밤이면 늦게까지 울던 매미소리들도 없이 사위가 조용했다.

  “…….”

 낯선 익숙함에 소영은 지금과 같은 것을 경험한 적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저 혼자만이 기억하는 줄 알았던 도하와의 첫 만남도 꼭 이런 날이었다지금처럼 어둠과 함께 온 밤이 모든 소리를 재웠던 날 소영은 도하를 만났었다.

  ‘왜 울고있어?’

  “왜 울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울지마.”

 다시 들려오는 환청에 뒤돌아서던 소영은 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대로 얼었다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도하가 점점 식어가던 순간이힘없이 늘어지던 그 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소영은 제 눈앞에 서있는 도하가 꿈같이 느껴졌다말을 걸면 사라질 허상 같아서 소영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울면서 도하를 바라보기만 했다.

  “소영아.”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손이 따뜻해서 소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매달렸다하고 싶은 말도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다시는 느끼지 못할 줄 알았던 도하의 따뜻함에 소영은 속으로 삭이고 삭이던 슬픔이 녹는 것 같아 한참을 그렇게 울기만 했다.

  “괜찮아.”

  “…….”

  “울지마소영아.”

  “…….”

  “착하다우리 소영이이제 얼굴 좀 보여줄래?”

  “…….”

 머리 위에서 들리는 나지막한 한숨 소리에 움찔거리긴 했지만 소영은 그의 가슴팍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울어서 빨개진 눈과 눈물로 지저분해졌을 얼굴을 소영은 도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사랑해.”

  “…….”

 얼굴을 볼 용기는 나지 않았지만 소영은 대신그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부터 하기로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 했어.”

  “……나도 그래울고 있는데도 너무 예뻐서 지켜주고 싶었어.”

 처음 듣는 소리에 놀란 소영이 그때서야 제 연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이제 봐 주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익숙해서 소영은 또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슬퍼 하지마소영아.”

  “?”

  “아파 하지도 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네가 없는데…….

 생각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고 목안에서 눌러졌다.

  “그때 했던 말 기억해지금의 이별은…….”

 붉은 피로 범벅이 되어서는 제게 했던 말이라 소영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다하루에도 몇 번이고 되 뇌이던 말이었다.

  “이별이 아니라고…….”

  “그래이별은 좀 더 나중에…….”

  아…….

 소영은 어렴풋이 도하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도하와 사귀던 때를 떠올렸다그때의 도하는 생각해보면 종종 이상할 때가 있었다방금까지 옆에 있었는데 돌아보면 없다가도 다시 그 자리에 있었고무언가를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잠깐 다른 일을 하다보면 손에 들고 있던 것이 감쪽같이 사라져있기도 했다그때는 잘못 본 것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아마도 그때의 도하는 오늘처럼 자신을 만나러 왔던 것이리라.

  “또 올게.”

 소영은 대답대신 눈을 감았고 메마른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짧은 키스가 끝나고 도하가 떠나자 소영은 다시 현실로 끌려나왔다밤인데도 불구하고 매미들은 여전히 시끄럽게 울어댔고 방금 제게 일어난 일들은 한 여름 밤의 덧없는 꿈같이도 느껴졌지만 소영은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입술에는 아직 도하의 온기가 남아있었고 그가 말했던 것처럼 그 날-도하를 잃은 날-과 지금의 이별이 진짜 이별은 아님을 소영은 알았다함께 했던 지난날들처럼 늘 도하와 함께 웃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몇 번이고 그는 소영을 만나러 와 줄 것이었다저는 단지 그것에 익숙해지면 되었다.

  그러니까 괜찮다괜찮으니까…….

  오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