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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놀기/└Ð 조각글

비밀 친구칭구

혜주💕 2018. 6. 16. 01:00

마음에 멍이 들었다. 상처가 곪아서 터진 곳이 또다시 곪아 짓무른 것을 애써 모른 척 덮어놓기만 했다.

분명,

알면서 그리했다. 마지막의 마지막순간까지 혹여라도 내게 손을 내밀지 말라고, 미련같은 것 가지지 말라고.

다 잃어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이를 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고 잘못된 생각을 해서.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러지 말것을, 후회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뫄뫄."


눈물로 흐릿한 시선으로 눈앞에 있는 이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내 작고 소중한 이를 지키고 있는 이들, 그러나 결코 그의 검이 되지는 않을 사람들.


이미 피에 절은 검을 다시 고쳐쥐고 머리끈을 풀어 손목과 함께 묶었다.


뫄뫄의 손을 잡아끌어 약속된 곳으로 데리고 가기만 하면 되리라.


"이리 오세요."


없길 바란 미련이 남아있어 이 손을 잡아주면 좋을텐데.


다시 한 번 덧없는 생각을 한다.


"닥쳐라, 계집!"


그의 앞을 막으며 검을 세우는 이를 안다.


페일 경. 

이 사태를 만든 황자 아끼는 인재.

비소가 나온다.


"제임스 페일, 황자의 개 주제에 우습구나. 네가 보낸 보고서는 나도 보았다."


'네가 아끼는 이라지? 요즘 근황이라는구나.'


다정한 척, 선심쓰듯 내어준 보고서를 아무렇지 않은 척 밀어낼 수 없어 모두 읽었다. 하나같이 사람을 바보취급하는 단어들로만 나열되어 있는 것. 뫄뫄가 저를 신임하니 언제든 원하시는데로 할 수 있다며 공을 세울 기회를 달라 읍소하는 종이를 들고 화를 참기도 여러번이었다.


"내가 황자 곁에서 인형처럼 서 있었다하여 정말 인형인 것은 아니란다."


낯선 단어들이 문장을 이루며 흘러나온다.


그동안 황자가 죽여없앤 학자들의 머리가 몇이더라.

그는 고대어를 연구한다는 이유만으로 학자를 죽이고 그들의 결과물을 탈취하여 제 아랫것들에게 목줄처럼 채웠다.


"/꿇어라/"


====================



나는 그 애를 좋아했다.

책 속의 인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비웃음만 살게 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자로 새겨진 그를 좋아했다.

기댈 곳이 없어 외로운 어린 시절에 마음 아파했고, 할 수만 있다면 그 옆에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주인공이 그 애를 보듬어주기 전까지만.


욕심이었지만, 내 마음이 그랬다.

그 욕심마저도 감히 그 애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꿈은 꾸지 않을 정도로만 가졌다.

가진 게 없고 마음씨도 그닥 곱지 않아서 결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나보다 다정하고 강단있어 그를 지켜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짝이 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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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처음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에는 꿈인 줄로만 알았다.

책 속에 빙의라니, 흔하디 흔한 이야기들.

빙의물을 너무 자주 봤나봐, 마지막으로 꾸는 꿈인가봐.


그도 그럴게 내가 빙의한 이는 원작에는 없는 내 드림캐였다.

오로지 그 애를 위해 만들어낸 비밀 친구.

==============



* 뫄뫄 얼굴에는 큰 흉이 있어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았다.

* 원작의 여주 앞에서만 가면을 벗었다.

* 황자의 뫄뫄를 죽이려 들었을 때 생긴 흉터다

* 여주는 책 속의 뫄뫄가 최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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